주말 아침 식사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부천 신중동 맛집 무화과 식당에 가기로 했다. 젊은 부부가 하는 뷔페식 식당인데 메뉴가 한식에만 국한돼 있지 않아 나름 신선했다. 아무래도 신중동 핫플인 것 같아 일찌감치 집을 나섰지만 띠로리. 이미 오전 11시에 만석인 데다, 대기 팀만 10팀이 넘었다. 도저히 기다릴 자신이 없어 대신 눈을 돌린 곳은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카페 앤 비스트로 차온.
딱히 양식이 당기진 않았지만 선택지가 없었기에 일단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갬성적이었다. 재즈가 흘렀던가? 그리고 한쪽 벽면엔 애니메이션 포뇨가 나오고 있었다. 이때부터 왠지 기분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졌다. 우리 말고 두 테이블이 더 차 있었지만, 반대편 식당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 식당 내부에 가득 차 있었다.
메뉴는 생각보다 단출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오늘의 메뉴도 따로 있고 미리 예약 주문 가능한 메뉴도 있었다. 이건 방문 전 차온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게 좋을 듯.
일행과 주문한 음식은 에그 쉬림프 베네딕트와 크랩 크림 애호박 리조또, 아이스 라떼, 파인애플 바나나 스무디였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시는 1인 식당이었기 때문에 시간은 다소 걸렸다. 직접 요리, 서빙, 계산을 혼자 다 하셨다. 옆 테이블 메뉴가 두 개 더 나오고 우리 메뉴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그리 늦게 나온 건 아니었던 듯하다. (우리 테이블 메뉴 서빙 후에도 앞, 옆 테이블을 재빨리 쓱쓱 치우시더니 설거지까지 뚝딱 클리어하시더라는 ㅋㅋㅋ 손이 무척 빠르고 야무지신 듯했다. 역시 1인 식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듯.)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별 기대 없이 들어갔던 탓도 있지만 처음부터 양식을 먹을 생각이 없다가 시킨 메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조또는 부드럽고 고소하며 단짠 조화가 훌륭했다. 어디서 많이 먹어 본 맛인데.. 하고 맛을 보다 메뉴판을 다시 보고 이해가 갔다. 대게장이 들어간 크림소스라니..! 대박적..! 어쩐지 익숙한 맛이 나더라니.
베네딕트도 사실 별로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었으나 오늘부로 생각이 바뀌었다 ㅋㅋㅋ 특히 아스파라거스가 세상 신선해서 먹을 때마다 감탄 또 감탄했다. 계란 위에 올라간 특제 소스도 새콤달콤 다른 재료들과 조화가 훌륭했다. 빵에 베이컨, 수란, 버섯, 새우, 아스파라거스를 차례로 올려 소스를 한번 듬뿍 묻혀 함냐함냐함! 세상 조화로운 맛이 입안에서 춤을 췄다.
라떼는 조금 특이했다. 산미가 있는 원두를 쓰신 것 같으면서도.. 우유가 뭐랄까.. 보통 우유보다 좀 더 크리미 하달까? 머 알고 보면 걍 서울 우유에 블루 마운틴 원두 쓰셨을 수도 ㅋㅋㅋㅋㅋㅋㅋ 파인애플 바나나 스무디도 좋았다. 리조또가 좀 느끼할 때 한 모금 쪽! 하면 개운하게 마무리. 또 다른 한 입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마법을 부림 ㅎㅋㅎㅋ.
우리보다 먼저 왔던 손님들이 차례로 퇴장을 하고 우리만 남아 식사를 느긋하게 즐기는데 '아, 좋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평화로운 주말 아침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복작복작한 뷔페도 그 나름 맛과 분위기가 있었겠지만 얼결에 들어간 식당에서 뜻하지 않은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서 나는 조금 행복했다.
우리가 계산을 하고 나오니 그제야 오늘의 메뉴가 선정된 듯 가게 앞 입간판이 돌려져 있었다. 다음 방문 때는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먹어보고 싶다. 브런치 메뉴 말고 식사 메뉴는 또 어떤 선물이 될지 기대가 된다.
● 선물 같은 한 끼를 할 수 있는 곳, 부천 신중동역 맛집 '차온' (경기 부천시 신흥로238번길 25 1층 차온).
● 영업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화-토, 라스트 오더 오후 8시까지)
-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일요일, 라스트 오더 오후 2시까지)
- 매주 월요일 휴무
●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cafe_cha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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