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먹었던 라자냐는 모짜렐라 치즈와 소스가 듬뿍 흘러내리고 시금치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야말로 진하디 진한 라자냐였기에 지금도 그 자극적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또한 그럴 것이 그때 내 나이가 19세였고 외국 유학 첫날 첫끼로 먹은 식사 메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골 출신인 나는 그때만 해도 그게 피자인 줄 알았다. 그날 밤 엄마와 통화하며 저녁으로 피자를 먹었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먹었던 진한 라자냐 만큼 나를 홀렸던 또 다른 라자냐가 있다면 워홀러 시절 홈스테이 맘이 종종 해주던 가지 라자냐가 있다. 파스타 대신 구운 가지를 켜켜이 쌓고 그 사이사이에 맛있는 홈스테이 맘표 미트 소스를 듬뿍 넣었었더랬지. 그때 함께 살던 룸메는 이거 우리가 내다 팔면 안 되겠느냐 할 정도로 우린 그 음식을 퍽 좋아했다. 그만큼 음식 솜씨가 뛰어났던 맘이었다.
후로 라자냐를 언제 먹었더라··· 돌이켜보면 마땅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왜인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지자 라자냐가 당기는 요즘이다. 그래서 뇌가 시키는 대로 라자냐 맛집을 검색해 봤다. 그리고 인천 송도에 양식 맛있게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 출동해 보았다.
가게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상가 주변을 뱅글뱅글 몇 바퀴 돌고나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던 송동 라자냐 맛집 보까. 우리 말고도 위치를 묻는 사람이 꽤 있는 듯했다. 사장님은 비슷한 전화를 여러 번 받으셨다. 해당 가게가 다른 가게들 사이에 끼어 있기도 하고, 간판엔 영문이 메인으로 크게 한글명이 왼쪽 귀퉁이에 작게 쓰여 있으니 더욱 그럴듯하다.
이미 송도 주민들에게는 이탈리안 음식 맛집으로 소문이 꽤 난 듯했다. (송도 핫플일지도?) 오후 6시에 저녁 예약은 끝나있었고 예약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은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내부 자리는 꽤 협소하다. 친구와 6시 30분에 예약을 하고 갔지만 역시나 협소한 자리 때문인지 구석진 바 테이블 자리를 안내받았다. 약간 어이가 없기도 하고 구석으로 몰아진 상황이 웃겨서(예약을 했으나 왜 예약을 했는지 모를 그 상황이 당황스러워서) 한참 빵 터져 웃었다.
메뉴는 원하던대로 라자냐와 사전 조사 시 눈 여겨보았던 닭구이를 시켰다. 이하는 메뉴판. 시키고 싶은 메뉴가 많았으나 에바쎄바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자리가 협소하며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테이블당 식사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제한된다. 여러모로 조금 빡세다.
식전 메뉴로 새콤한 절임 채소가 조금 나온다. 입맛을 돋우기에 좋다.
드디어 메인 메뉴 등장! 구석 자리이기도 하고 실내가 어두운 편이라 함께 배달(?)된 조명을 적극 활용해 사진을 찍었다. (다른 테이블도 열심히 우리와 비슷하게 사진을 찍으시던 ㅋㅋㅋ) 우리가 주문한 라자냐 소스는 볼로네제 라구였다. 육즙과 소스 그리고 치즈가 아낌없이 좔좔 흘러나오는 이 아름다운 사진을 보시라! 비록 친구와 각자 두 입에 앙, 하고 끝나는 손바닥 만한 크기가 다소 아쉬웠지만 담백하고(육즙 대비) 자극적이지 않아 무척 만족스럽게 먹었다.
이어 구운 빵을 주셔서 남은 소스를 발라 함냐함냐함, 하니 얼마나 맛있게요. 역시 남은 파스타 소스는 그냥 버리면 안 됨.
그리고 등장한 닭구이(aka. 그릴 치킨).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요즘 유행어인 겉바속촉을 그대로 재현한 닭구이 되시겠다. 이 닭구이 요리 역시 손바닥 만한 것이 특징^^ 금액이 9천 원이니 알맞은 크기인 거 같기도(?). 곁다리로 샐러드와 구운 빵을 얹어 13000원 받으시면 어떨까? (갑분 제안 ㅋㅋㅋ) 암튼, 짭조름하게 올라간 소스는 아마도 다진 마늘과 빵가루(?) 등등인 듯싶다. 닭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잘 잡아주면서 간이 적당하게 잘 맞는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무 피클이나 애피타이저로 제공됐던 채소 절임을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을 듯.
메뉴를 두 가지만 먹어봤으니 총평을 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보까 음식 대부분은 간이 슴슴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게 특징인 듯싶다. 맵고 짠맛에 길들여진 한국인에게는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외국인 손님들에게는 적절한 맛으로 통할 것 같기도. 실제로 우리가 입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를 마친 외국인 손님은 혼자서 메뉴 네 가지를 클리어하고 아주 흡족해하며 식당을 떠났다. 음.. 양을 보면 혼자서 네 가지는 무리 없지, 암.
다음번 방문 때는 버거 스테이크와 다른 파스타 메뉴를 도전해보고 싶다. 글라스 와인이나 샹그리아 같은 주류 메뉴도 함께 판매했으면 하는 바람.
● 외국인도 반한 이탈리아의 참맛, 인천 송도 양식 맛집 '보까'.
● 주소: 인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100 602동 151호
● 영업시간: 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마지막 주문은 오후 9시까지 / 매주 월요일 휴무)
●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 예약: 캐치 테이블(http://catchtable.co.kr/bocca) 또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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